다른 두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로 표기)과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으로 표기)는 워낙 장수프로그램들이라 나름 프로그램을 꾸려나가는 노하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개그야’의 경우 최소한 나에게만은 생소한 프로그램이기에 앞서 언급한 두 프로그램들보다 관심이 더 갔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개그야’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제목하에 총 30개의 코너를 찾아서 시청했다. 어떤 것들은 현재도 진행중일 것이고 또 어떤 것들은 이미 코너 자체를 내렸을 것이다. 그 중 몇 가지 예를 들어 살펴본다면,
[부조리]의 경우는 이미 이 코너 자체도 커다란 프로그램 안의 부속품에 불과함에도 그 안에 더한 미니 코너들을 설정해두고 있었다. 이 미니 코너에는 별도로 진행자가 있었고 한정된 시간 안에 관객을 웃겨야하는 신인개그맨들 – 틀림없는- 이 각자 짜온 소재를 들고 나와 평가를 받는 방식이었다. 이미 평가를 받아 개그무대에 오른 그들이 아니었었나 싶어 의아한 코너였고 결정적으로 재미도 없었다.
[사모님]과 [고품격드라마]의 경우는 살짝 현실을 뒤틀어 선을 보였는 데 뒤틀림의 미학(곧 패러디의 미학)에 반짝이는 재능이 돋보였다. 현실을 곧이 곧대로 표현하려면 드라마나 다큐로 가야했을터 이들은 다행히 ‘장르혼란’이라는 지뢰를 밟지 않았다. 그외에 [도] [오빠] [이건 아니잖아] [내 사랑 나타샤] [띠리띠리] 등등 열거하기에도 숨이 찬 무수한 코너들은 보는 내내 웃음포인트를 어디에 두어야할지 궁리만 하다가 4분들이 휙휙 지나가버렸다. (대개의 재미가 덜하거나 신생코너들이 평균 3-5분의 런닝타임을 할당받고 있었다)
끝으로 이 프로그램에 속한 [백년지기]라는 코너를 들여다보자. 서두까지는 무난하게 진행이 되었다. 허리가 90도로 구부러진 노인 둘이 나오고 조금 있다가 한 명이 보태어지고 미모의 여의사가 등장을 하고. 그러다 갑자기 정극연기자(이 분을 나는 드라마 황진이에서 본 기억이 난다)가 등장하더니 여태 웃을 준비를 하고 있던 관객을 향해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해라는 식의 훈계를 했다. 이게 뭐하자는 것인가. 부모 앞에서 당당한 자식이 세상에 얼마나 된다고, 부모님 생전에 잘 모셔야하는 줄을 정녕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여겨서 훈계를 하고 있는 것인가. 훈계를 목적으로 두었다면 블랙코미디무대에 섰어야지. 웃기려다 망한 전형적인 케이스다. 당연히 분위기는 싸해졌고 관객들은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이 코너가 얼마나 길게 갔는 지는 모르겠지만 코미디는 웃자고 시간 들여 보는 것이다. 현실이 어렵거나 속상해서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기분 전환이라도 해볼까하고 ‘일부러’보는 것이 코미디이다. 때문에 코미디언들이 치솟는 혹은 앞으로 치솟을 몸값에 걸맞게 마땅히 짊어지어야할 의무는 ‘관객을 웃도록 만드는 것’이다. 개그야의 코너들이 더이상 코믹하지 않거나 코믹스러움이 기대되지 않을때 이 프로는 이미 뇌사판정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계속 이 이름을 밀고나가고 싶다면 참여하는 개그맨들의 창의성을 완전히 물갈이해야 할 것같다.
다음은 ‘웃찾사’. 내가 유튜브에서 찾아낼 수 있는 웃찾사의 코너들 가운데에 아마도 [웅이아버지]와 [믿거나말거나]가 가장 수월했던 것을 보면 이 코너들이 요즘 웃찾사의 기둥인 모양이다. 실제로 [웅이아버지]의 경우는 런닝타임이 무려 9-10분이나 되었다. 프로그램 자체를 50분으로 가정했을때 (나는 얼마나 되는 지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1/10을 이 코너 하나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웃찾사를 꾸려가는 제작진들이 긴장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오늘날의 관객은 어떤 한 대상에 길게 열광하지 않는다. 끈기도 없고 취향은 변덕스럽다. [웅이아버지]의 구성력이 상당히 탄탄하고 개그맨들의 연기력과 새로움을 시도하려는 노력들이 눈이 부시는 점은 인정하지만 무대 위에서 개그맨들이 관객의 마음을 온통 빼앗고 있을때 다른 한쪽에서는 이에 버금가는 무언가를 내놓을 준비가 당연히 진행중이어야 한다. 그래서 차라리 모든 코너들을 열 개로 나누어 [웅이아버지]처럼 탄탄한 대본과 연구와 노력을 투자하도록 그리고 어느 몇 사람이 아니라 [웅이아버지]에서처럼 뒷배경으로라도 신인들을 대거 참여시키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으로볼때 승산이 있는 기획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나머지 40분을 3분 5분 간격으로 잘게 잘라 신인개그맨들의 실험무대를 선보이는 일은 위험천만한 모험이다. 실험은 그들이 오르기 전 기획단계에서 실연되고 검증되어 걸러지기 직전까지의 과정이어야 한다. 누구는 연기를 잘 할 것이고 누구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나 연기력이 모자랄 수도 있다. 적절히 배합하여 훈련한다면 실험무대가 아니라 알찬코너 다섯 개를 건지게 될 것이다. [웅이아버지]의 해학적인 대사와 유령같은 변사까지 등장시키는 참신한 배합을 만들어낸 ‘웃찾사’다. 앞으로도 걸출한 코너를 만들어내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개콘’의 이름 앞에는 늘 ‘역시’ 라는 수식어가 프리미엄처럼 따라붙는다. 그만큼 장수프로그램으로서의 노련함을 발휘해줄 것이 당연하다고 관객들은 처음부터 이 프로그램을 기대하고 본다는 뜻이다. 이 시선이 마냥 뿌듯하기만 하다면 또한 앞서 언급한 ‘웃찾사’처럼 ‘개콘’의 제작진의 느슨함도 문책받아야할 것이다.
요즘 코너 몇 개가 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장 선두주자는 아마도 ‘분장실 강선생님’일것이다. 이 코너는 런닝타임이 무려 8분에 육박하고 있다. 개그우먼들의 칼칼한 목소리가 거슬리긴하지만 설정이려니 여기면 못들어줄 정도는 아니다. 이 코너에 대한 얘기는 그간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노골적인 패러디의 절묘함을 직접 시청도 했다. 이 과제를 접하기 전에는 일부러 찾아서 시청한 적이 없었는데 그런 내가 들었을 정도이니 이 코너의 나이가 제법 된다는 뜻일게다. 아무리 즐거운 해학도 반 년을 넘기면 질리게 되어있다. 똑같은 어투와 똑같은 모션은 식상함을 낳을 것이다. 언젠가 ‘마빡이’라는 코미디가 일 년을 주파했다고 들었다.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마빡이’에 참여했던 개그맨들은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는가. ‘분장실~’팀은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말고 긴장을 늦추지도 않기를 바란다. 그 번뜩이는 재치로 다음 주자가 될 새로운 코너를 준비하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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