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유튜브를 통해 보는 것은 그나마 <무한도전>이다.
그 무한도전이 어느 새 5년째라고 하고, 초심을 잃었다고도 하는 기사가 종종 눈에 띄기도 하는데,내 생각에는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은 시청자들(혹은 애청자들)이 그들에 거는 기대에 그들의 현재가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같다. 누구 책임이냐고? 당연히 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참여한 모두의 책임이다.
맨손으로 처절하게 석탄을 파내기만 했을 때에도 즐거웠다. 기를 쓰고 목욕탕 욕조의 물을 퍼내기만 했을 때에도 우리는 배를 잡고 굴렀다. 그런데 시청률 어쩌고 초심 어쩌고 하는 말들이 배은망덕하게도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싯점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무한도전>은 여전히 시청률 1위를 달리는 최정상의 예능프로인듯함에도 말이다.
나는 초창기 부분부터 보기 시작했던 것같다. 그게 재밌느냐는 친구의 놀림을 받으면서도 그집에 있던 -친구가 어느 한국인으로부터 넘겨받았을 것이 틀림없는 - [무한도전]을 보고, 나는 눈을 떼지 못했었는데 뭐랄까... 굉장히 낯설고 굉장히 단순하고 근데 괜스리 흐흐흐... 바보같은 웃음이 사심없이 흘러나왔다. 정말 내 웃음은 바보같았는데, 아시다시피 바보는 원래 사심이 없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오늘날 [무한도전]이 질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제작진이나 오늘도 열심히 투혼을 불사르는 멤버들 모두 주지할 필요가 있다. 내 결론은 이렇다. 당신들이 잘못한 거다. 당신들이 우리 눈을 너무 높여 놓았다. 그래서 우리가 '좀 더 좀 더'를 외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 기억은 남비같다. 어제 당신들이 흘린 땀에 우리 모두가 울었던 기억을 어느새 잊었다. 그리고 오늘 바보같은 웃음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움을 잠시 느끼게 했다고 해서 지금 우리가 당신들을 나무라는 것이다. 이런 우리들 눈에 맞추려고 멤버들에게 '봅슬레이경기'같은 위험한 경험을 시키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우리는 한 시간 동안 배꼽 잡고 웃었던 기억을 일주일치로 늘려 보관하고 싶은 것이지 누군가의 희생이나 위험을 무릅쓴 도전을 보면서 가슴을 졸이고 싶지는 않다. 천만다행으로 아무도 큰 사고를 당하지 않았지만 일부는 허리나 어깨에 무리를 입기도 했었다. 그러한 도전은 스포츠분야로 넘어가야지 예능분야에서 일어나서는 안된다.
예능은 즐겁게 만들어져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가 원하는 [무모한 도전]은 위험한 도전이 아니다. 고맙게 울었고 감동도 받았었지만 가슴을 쓸어내기도 했었다는 것을 제작진은 잊지 말아야 한다. 위험에 상관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하겠다는 발상이 있다면 그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맨손으로 땅을 팠어도 당신들은 무모했고, 바가지 하나로 욕탕물을 퍼내었을때에도 당신들은 엄청나게 무모했다. 오죽했으면 게스트가 나와서 '왜 무모한 도전인지 이제 알겠다'는 말까지 했겠는가.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면 족하다. 런웨이를 거니는 것이나 예전의 학창시절로 돌아갔던 것이나 설계디자인을 했던 것 모두 '각자 놓고 보면 유대장 빼고는 참 별로일 것같은' 멤버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시도한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박수쳤지 않은가.
자꾸만 '위험하면서 무모한 도전'아이템을 찾으려 들지 말기 바란다. 나 개인적으로는 한 번쯤 이 프로그램의 첫방송을 다시 틀어주거나 같은 아이템을 다시 지금의 멤버로 시도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인생을 거꾸로 갈 수는 없겠지만 이것은 방송이기에 가능하고, 초심을 기억하는 데에, 그리고 남비같은 기억력의 우리들을 일깨우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바빠도 [무한도전]은 챙겨보는 열렬한 아미라가 평소 무도게시판에 꼭 적으려했던 얘기들이었다... 무도게시판에 적지 않은 이유는 엄청 많다. 짜증나는 인터넷, 다음싸이트 가입 (요즘은 가입조건도 까다로움) 등등... 오늘 인터넷 연결된 김에 썼다.
그러니까 황소를 불러달라고 청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황소와 줄 다리기를 하기 위해 타이어를 끌고 운동장을 달리고 축구골대에 줄을 묶어 당기기를 연습하던 그 모습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그립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카이로에서] 2009년4월5일 아직도 한국은 오늘이 식목일일까....
링크: http://blog.naver.com/20inshallah/64939727
[여우의 데스크] 2009년5월29일 부속블로그로 포스트를 퍼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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